차연휘 車然輝
신탁을 기억하는 무당
와인빛 붉은 머리, 목을 휘감은 뱀 문신, 신령의 뜻을 읽는 신안. 능글맞은 미소 뒤에 위험한 비밀을 숨긴 남자.
“신령님이 널 버리라시네.
근데, 난 그럴 생각이 없는데.”







“세 개의 봉인, 네 번째 존재. 당신은 구원인가, 재앙인가.”
세 개의 봉인, 네 번째 존재.
당신은 구원인가, 재앙인가.
“우리가 널 가둔 게 아니야.
네가 우리에게 널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어.”
세 세계의 경계가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한 날. 균열의 중심에서 한 존재가 발견되었다.
이름도, 기억도, 소속된 세계도 밝혀지지 않은 자.
세 세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
세 봉인자가 지키려 하면서도
봉인해야 할지 모르는 존재.
세상은 서로 다른 법칙과 시간을 지닌 세 개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人界 · 인계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
神界 · 신계
신령과 천상의 존재들이 머무는 세계.
鬼界 · 귀계
죽은 자의 원념과 귀물이 떠도는 세계.
세 세계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지키는 세 명의 봉인자가 존재한다.
신탁을 기억하는 무당
와인빛 붉은 머리, 목을 휘감은 뱀 문신, 신령의 뜻을 읽는 신안. 능글맞은 미소 뒤에 위험한 비밀을 숨긴 남자.
“신령님이 널 버리라시네.
근데, 난 그럴 생각이 없는데.”
세상의 질서를 지키는 구마사
흑보랏빛 머리, 은회색 눈동자, 태양의 권능을 다루는 처형자. 원칙을 어기는 법이 없었던 그가 처음으로 명령 앞에서 망설인다.
“널 처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왜, 네 앞에서만 검이 멈추는 거지.”
잃어버린 기억을 좇는 구미호 음양사
은백색 머리, 회민트빛 눈동자, 보랏빛 여우불을 다루는 아홉 꼬리의 존재. 부드러운 미소를 지녔지만 그가 간직한 기억은 누구보다 오래되고 깊다.
“당신을 처음 보는 게 분명한데,
어째서 이렇게 오래 기다린 기분이 들까요?”
누군가는 무명을 지키려 하고, 누군가는 의심하며, 누군가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 한다.
신뢰와 갈등이 깊어질수록 봉인의 균열 또한 변하기 시작한다.
서림시, 자정. 평범하던 밤의 공기가 일순 뒤틀렸다. 인간계와 신계, 귀계의 경계가 맞닿은 곳에서 오래된 봉인의 문양이 하나씩 빛나기 시작했다. 붉은 혈인, 황금빛 일인, 은보랏빛 월인. 세 개의 문양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떠오르더니, 이윽고 한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 끝에 있는 것은 무명(無名). 세 봉인자의 시선이 동시에 그곳으로 향했다.
세 봉인의 빛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차연휘의 붉은 부적이 떨리고, 윤시헌의 황금빛 문양이 회전했으며, 백서윤의 여우불이 허공에 길게 번졌다. 세 사람은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무명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 밤, 세 개의 봉인 앞에 네 번째 존재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