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네 위에 있는 남자, 네 남자친구 아니야.”
네가 4개월째 사귀고 있는 남자, 서윤재.
23세. 대학생.
다정하고 침착하고, 네가 싫다는 건 한 번도 억지로 밀어붙인 적 없는 남자.
너는 이미 그와 여러 번 같은 밤을 보냈다.
그의 손이 어디서 망설이는지.
키스하기 직전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
네 이름을 부를 때 목소리가 얼마나 낮아지는지도.
안다고 생각했다.
처음 듣는 이름.
그리고 네가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더 끔찍한 고백이 이어진다.
어쩐지 어떤 날은 손버릇이 조금 달랐다.
어떤 날은 유난히 말이 많았다.
어떤 날은 평소보다 질투가 심했고,
어떤 날은 네가 좋아하는 걸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한 박자 늦게 웃었다.
화요일 밤 열한 시, 윤재의 원룸. 과외 끝나고 곧장 왔다던 그는 불을 켜지 않았다. 창밖 가로등 빛만 방 안에 비스듬히 들어와 있었다. 익숙한 침대. 익숙한 손. 목덜미에 닿는 숨까지, 전부 네가 아는 사람의 것이었다. 네 셔츠 단추를 풀던 손가락이 세 번째에서 멈췄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웃고 있었다. 윤재가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방식으로.
그가 네 허리를 쥔 손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이, 그가 네 얼굴을 오래 들여다봤다.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사람처럼.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띡, 띡, 띡, 띡. 현관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 어두운 현관에 누군가 서 있었다. 후드 차림. 같은 키. 같은 얼굴. 그가 신발을 벗고, 등 뒤로 손을 뻗어 문을 잠갔다.
같은 얼굴 두 개가 처음으로 한 방에 나란히 있었다. 하나는 네 바로 위에, 하나는 침대 발치에. 윤재는 더 다가오지 않았다. 네 얼굴을 한 번 보고, 침대 위의 윤호를 한 번 봤다.
그가 몸을 조금 물려, 네가 두 사람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