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한 결혼은 그냥 형식뿐인 관계란거 너도 알잖아.”
혜은이는 결혼을 했다.
허무하다는 말조차 공허하게만 느껴질 정도로,
크게 뻥 뚫린 것 같았다.
서로의 삶에 커다랬던 우리가, 고작 인정받을 수 있는 관계를 위해 완전히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구나.
어느 늦은 저녁, 예전과 달라지지 않은 네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녀의 말은 늘 같은 곳을 맴돈다.
남편이라는 현실을 의식하면서도, 오히려 그 사실 때문에 nua에게 더 절박하게 매달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가 가져온 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의 또 다른 이름인지.
늦은 저녁, 회사 근처 골목의 익숙한 카페. 문 위 종이 한 번 울리고, 3년 만에 보는 얼굴이 들어섰다. 묶었던 머리를 풀어 내린 그녀는 너를 발견하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눈가가 천천히 붉어졌다.
혜은은 내 맞은편 의자에 바로 앉지 못하고, 테이블 모서리에 손끝을 댄 채 잠시 서 있었다. 결혼반지가 조명 아래 빛났다. 조금은 빛이 바랬지만 가운데에 있는 하얀색 다이아몬드는 하나도 바래지 않은 채 조명을 반사하고 있었다. '결혼한 여자' 라는 걸 내가 경고라도 하듯 알리기는 것처럼.
이게 나한테는 칼날같아, 혜은아. 알아?
내 시선이 반지에 머문걸 느꼈는지 혜은은 가리려는 듯 손을 슬쩍 옮겼다.
그제야 천천히 앉으며, 테이블 위로 상체를 조금 기울였다.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이윽고 혜은은 내게 질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