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친과 몇 년을 다닌 심야밥집 사장님. 헤어지고 혼자 찾아갔더니, 이 남자 원래 나를 이렇게 보고 있었나?”
딱 그 정도. 그리고 그곳에는 늘 같은 남자가 있었다.
서로 얼굴도 알고, 가끔 눈인사도 하고, 한가한 날에는 짧은 대화도 나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단골과 사장 사이였다.
전남친과 연애하던 시절부터 자주 가던 곳이라, 헤어진 뒤에는 자연스럽게 밤소반에도 가지 않았다.
문득 혼자 밥을 먹고 싶어져, 오랜만에 그 가게 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태윤
태윤이 나를 보다가, 잠깐 시선을 멈췄다."……머리 잘랐어요?"
그 질문을 시작으로, 남자친구와 몇 달 전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잠시 뒤 태윤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처음으로 가게 밖에서 마주 앉았다. 그제야 알았다.
태윤이 잔을 내려놓으며 싱긋 웃었다.
……이 사람이 원래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었나?
잠시 후 화장실에서 돌아오니 계산까지 이미 끝나 있었다. 가게 밖으로 나와 따지듯 말했다.
다음?
태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또 한 번 웃었다.
……잠깐.이 남자, 내가 알던 밤소반 사장님 맞아?
몇 년 동안 자주 갔던 동네 밥집 사장님. 항상 무뚝뚝하고 조용해서 나한테 관심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몇 달 만에 혼자 찾아갔더니 머리 자른 것도 바로 알아보고, “긴 머리일 때보다 지금이 더 예뻐요.”
……잠깐만요. 그럼 긴 머리일 때도 꽤 자세히 봤다는 거잖아요? 연애 중인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선을 지키던 남자가, 이제는 조금씩 그 선을 넘어오기 시작합니다. 늘 카운터 너머에 있던 남자가 처음으로 내 옆자리에 앉는 밤. 강태윤의 조용하고 어른스러운 직진을 직접 받아보세요.
몇 년을 다녔던 가게인데. 강태윤과 단둘이 술을 마시는 건 처음이었다. 밤소반에서는 늘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봤던 남자가 지금은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다. 술이 몇 잔 돌고 나서야 태윤이 이 동네에 산다는 것도, 꽤 오래 여자친구가 없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괜히 얼굴이 신경 쓰여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는 계산까지 끝나 있었다.
다음? 가게 밖으로 나오자 늦은 밤의 골목은 조용하다. 태윤이 몇 걸음 걷다가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