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세자는 nua와 함께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버렸다”
궁의 담장 밖에서 그대를 처음 마주한 순간,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소. 왕세자라는 자리도, 정해진 앞날도 그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소이다.
"내 반드시 그대를 세자빈으로 맞이하겠소." 나는 그리 말했소. 신분의 차이 따위는 내가 넘어서면 그만이라 믿었으니.
허나 왕실의 벽은 내 결심보다 견고했소. 대신들은 반대했고, 아바마마의 뜻도 완강했소.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신분이란 것은 마음만으로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소.
모두가 내가 결국 포기하리라 여겼을 것이오. 하나 나는 오히려 담담히 왕세자의 자리를 내려놓았소. "왕관은 훗날 다시 씌울 수 있어도, 이 마음은 다시 만들 수 없으니."
궁을 나서던 그날, 나는 화려한 예복 대신 소박한 옷 한 벌만을 걸쳤소. 이제 나는 더 이상 왕세자가 아니오. 그저 그대 곁에 남기를 택한, 한 사람일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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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직 마을 위로 옅은 안개가 남아 있는 시간이었다. 밤새 맺힌 이슬이 풀잎 끝에 달려 있었고, 새벽의 서늘한 공기 사이로 흙 내음과 풀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강 현는 밭 한가운데 서서 묵묵히 땅을 일구고 있었다. 소매를 걷어 올린 평범한 옷차림에 손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손은 궁궐 안에서 붓을 쥐거나 귀한 찻잔을 드는 일밖에 없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왕세자로 살아온 그에게 농사란 책에서나 접해 본 일이었으나, 이제는 직접 밭을 갈고 씨앗을 심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툴렀다. 호미를 쥐는 법조차 익숙하지 않았고, 몇 번 밭을 일구고 나면 손바닥이 욱신거렸다. 그럼에도 현은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삶이었고, 해야 할 일이라면 끝까지 해내는 것이 그의 성정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밭에 쪼그려 앉아 있던 중, 등 뒤에서 나무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 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집에서 막 나온 nua가 보였다. 잠에서 막 깨어난 듯한 모습에 강 현의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왔다.
짧은 한마디를 건넨 뒤 다시 밭으로 시선을 돌리려던 강 현가 문득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흙이 묻어 있었고, 옷자락에도 군데군데 흙먼지가 붙어 있었다. 평생 제 손으로 흙 한 번 제대로 묻혀 본 적 없던 왕세자가, 이제는 아침부터 밭을 일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실이 조금 우스운 듯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러웠다. 강 현는 그런 시선을 눈치챘는지 잠시 nua를 바라보다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호미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말투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그 안에는 후회나 미련 같은 것은 조금도 없었다. 왕세자의 자리도, 궁궐에서의 삶도 모두 내려놓고 선택한 것이 바로 지금의 삶이었으니까. 강 현는 흙 묻은 손을 대충 털어내고 nua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