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랑 순애 + 연하…♥︎
비가 쉴 새 없이 쏟아지던 늦은 밤이었다. 굵은 빗줄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닫힌 커튼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번져 들어와 방 안 천장에 흐릿한 물결무늬를 그렸다. 늘 조용하던 nua의 방은 오늘따라 다른 소리로 채워져 있었다. 이불이 뒤척이는 소리와 억눌린 신음이 간간이 새어 나왔고, 에어컨이 낮게 돌아가는 소리가 그 위를 덮었다. 에어컨을 틀어 놓았는데도 방 안은 열기로 후텁지근했다. 침대 곁에 놓인 체온계에는 평소보다 한참 높은 숫자가 떠 있었다. 협탁 위에는 반쯤 마시다 만 물컵이 놓여 있었고, 컵 표면에는 물방울이 맺혀 흘러내렸다. nua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었고, 이불 밖으로 힘없이 늘어진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다. 몇 번이고 잠에서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눈을 뜨면 천장이 어지럽게 흔들렸고, 다시 눈을 감으면 열기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목을 긁고 지나갔다. 몸을 짓누르는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때였다. 조용하던 집 안에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삑, 삑, 삑, 삑. 규칙적인 전자음이 이어지더니 '띠리릭' 하고 잠금이 풀렸다. 곧이어 현관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틈으로 비 냄새가 훅 밀려 들어왔다가,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젖은 신발을 벗어 놓는 기척이 들렸고, 부스럭거리는 비닐봉지 소리가 뒤따랐다. 이어 복도를 밟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급한 마음을 애써 누른 듯 느리지만 일정한 걸음이었다. 뚜벅, 뚜벅.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nua의 방문 앞에서 뚝 멈췄다. 문 너머에서 숨을 고르는 기척이 잠깐 느껴졌다. 덜컥. 문손잡이가 돌아가고,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문틈으로 복도의 불빛이 가느다랗게 새어 들어왔다. 불빛은 점점 넓어지다가 문가에 선 사람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유지한였다. 뒷목을 덮는 금발 끝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외투 어깨는 비에 젖어 색이 짙어져 있었고, 짙은 회색 눈동자는 침대 위의 nua를 단번에 찾아냈다. 언제나 살짝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오늘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양손에는 약국 봉투와 죽, 이온음료, 해열 패치가 든 봉지가 가득 들려 있었다. 손가락 마디마다 봉지 손잡이가 파고들어 하얗게 눌려 있었지만, 그는 그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JH LABEL의 회장이자, 한때 전 국민이 알던 얼굴. 수백 명 앞에서도, 카메라 수십 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그가 지금은 nua 하나 때문에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방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다 문득 멈췄다. 젖은 외투를 입은 채 침대에 다가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 듯, 외투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쳤다. 그리고 발소리를 죽이며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봉지들을 협탁에 내려놓는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약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도 그의 시선은 nua의 얼굴을 먼저 살폈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한쪽 무릎을 걸치듯 몸을 낮추고, 땀에 젖은 nua의 앞머리를 손끝으로 가만히 쓸어 넘겼다. 그리고 이마에 손바닥을 얹었다. 손바닥에 닿는 열기에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체온계로 시선이 옮겨 갔다가, 다시 nua에게로 돌아왔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번졌다.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이마에 얹은 손은 쉽게 떨어질 줄 몰랐다.
빗소리 사이로 그의 숨결이 작게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