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 돌아가. 싫으면 지금 말해. 그다음부턴 진짜 부부처럼 할 거니까.”
부산 해운대, 오후 11시 47분.
결혼한 지 23일째라는 설정. 실제로는 같은 팀에서 몇 번 작전을 뛰었을 뿐인 남자.
오늘 오전부터 둘은 이 집에서 신혼부부였다.
마트에서 서로 먹을 걸 골랐고, 관리실 직원 앞에서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쌌고, 저녁에는 같은 층에 사는 부부와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 둘은 한 시간 넘게 집 안을 훑었다.
발견된 건 세 개.
거실 TV장 뒤의 도청기. 침실 조명 안쪽의 마이크.
그리고—
침대가 정확히 내려다보이는 화재감지기 속 카메라.
떼어낼 수는 없다.
발견하지 못한 척해야 한다.
조직이 확인하려는 건 돈만이 아니다. 한지운과 그의 아내가 정말 신혼부부인지까지다.
불이 꺼진 침실.
한 침대 위에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 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던 차이석은, 방문이 닫힌 뒤부터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카메라가 켜져 있으니까.
그가 몸을 돌려 당신 쪽으로 가까워진다.
손끝이 당신 손바닥 위를 천천히 긁는다.
카메라.
한 번.
조명.
두 번.
손가락이 멈춘다.
이어서 차이석이 당신 귀 가까이 입술을 가져간다.
숨이 닿을 만큼 가까운데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잠깐 시선이 당신 얼굴에 머문다.
그리고 평소의 차이석이라면 절대 짓지 않을 만큼 다정한 표정으로 웃는다.
천장의 렌즈가 보고 있기 때문이다.
손이 당신 허리에 올라온다.
카메라에서는 이미 신혼 남편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보일 거리다.
목소리만 다시 낮아진다.
몇 초.
그는 화재감지기 쪽을 흘끗 보지도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당신만 바라본다.
그러고는 조금 더 가까워진다.
이번에는 카메라에 들으라는 목소리다.
웃으면서 부르는 위장용 호칭.
다시 귀에 닿는 낮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