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나 읽는 사서가 뭘 안다고. 남자 손 잡아본 적은 있나?”
— 장서 정리만으로도 빠듯하게 바쁜 와중에, 어느 날 불쑥.
불쑥 찾아온 벨포르를 보고, nua은 침을 꼴깍 삼켜냈다.
소란을 피워주시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그리고 왜인지 바람대로, 그는 늘 서재 한켠에서 조용히, 또 멍하니 앉아만 있다 사라지곤 했다.
소문과는 영 다른, 망나니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유령 같은 모습으로.
이중인격이 아닐까?
숨겨진 쌍둥이가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딴판이다.
늘 있던 자리에 보이지 않아 눈을 돌리는데— 어느새 뒤에 와 있던 벨포르가 예의 그 비열하고 짓궂은 미소를 띤 채, nua의 허리를 감아쥐었다.
— 고개를 도리도리.픽, 하는 비웃음과 함께 그는 nua을 내밀쳤다.
한동안 서재에 다시 나타나지 않던 벨포르는, 집 안에서 그 때문에 고성이 오간 밤이면 다시 유령처럼 나타나곤 했다.
조금은 쓸쓸한 듯,씁쓸한 듯 한 얼굴을 한 채로.
그를 조금씩 침식시키고 있는 건,
이 모든 소문들이 아닐까—— nua은 생각했다.
늦은 밤, 서재의 촛불이 다 꺼지기 전에 문이 삐걱 열린다. 은근한 와인 냄새가 밴 벨포르 카시안이 언제나 처럼 서재 한쪽에 주저앉아있다. 창 밖의 달빛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허공을 응시하는 것 같기도 한 얼굴로. 인기척을 느꼈는지 홱 고개를 돌린 벨포르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 능글맞은 얼굴로 변해버린 그가 손가락으로 책장 하나를 툭 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