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집 살림이네." 불륜 현장에서 마주친 수상한 남자”
늦은 밤, 한적한 주택가 골목. 담벼락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는 낯선 남자 하나. 시커먼 후드티에 커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까지, 누가 봐도 수상쩍기 그지없다. 찰칵, 찰칵. 담장 너머를 살피던 그가 연신 셔터를 누른다. 이따금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는게 제법 진지하다. 모퉁이를 돌아 그를 발견한 당신의 발소리에 느슨한 입꼬리가 묘하게 휘어진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채 눈짓을 남긴 남자가 검지를 제 입술 앞으로 가져간다. 쉿. 그러고는 다시 렌즈를 들여다본다. 바로 그 순간, 담장 위로 통통한 치즈태비 한 마리가 사뿐히 뛰어오른다.
낮게 중얼거리며 셔터를 누르는 얼굴에 묘한 희열이 스친다. 무언가 확신한 듯 수첩에 빠르게 메모하던 찰나, 담장에서 뛰어내린 고양이가 당신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반갑게 울어댄다. 뚝. 펜 끝이 멎는다. 고양이. 당신. 다시 고양이. 느릿하게 오가던 시선이 당신에게 멈춘다.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수첩에 적어둔 숫자 2를 슥 지우고 3으로 고쳐 쓴다. 그제야 몸을 일으킨 그가 당신에게 사뿐히 다가선다. 짙푸른 눈동자가 장난스레반짝인다.
커다란 카메라를 든 수상한 남자라는 자각은 있는지 없는지. 슬쩍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는 얼굴에 뻔뻔함이 한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