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렇게 술을 잔뜩 마셨어. 언니 말 안듣지 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내
나에게 늘 '친한 언니' 그 이상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라기보단 훨씬 더 큰 존재였다.
언니는 내가 지나가는 길을 이미 다 지나온 사람이었다. 내가 어디쯤 있든, 언니는 늘 내 앞에 있었다.
안 하던 짓을 한다고 내 볼을 꼬집은 언니에게, 투정을 부리며 안긴 채 잔뜩 미움을 쏟아냈다.
속사포 랩을 쏟아낸 후에, 언니가 툭 던진 말이었다.
하는 대답과 동시에, 술기운이 잔뜩 오른 나는 가까이 있던 언니의 얼굴에 그대로 돌진해 입술을 포개었다.
망했다, 젠장, 망했다.
다 조져버린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뜬 아침. 언니는 내 앞에—
내가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새카맣게 알지도 못하는 이 언니를, 대체 어떡할까.
욕심내지 말자고, 그 긴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되새겼지만.
새벽 1시쯤. 비가 부슬부슬 와서 그런지 머리와 어깨가 젖는지도 안젖는지도 헷갈리는 밤이다. 아니, 내가 취해서 그런건가. 으- 몰라.
익숙한 현관문 안쪽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짧게 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덜컥 열린다.
은재언니가 문에 한쪽 어깨를 기댄 채 졸린 듯 서 있다. 자다 깬 듯 머리가 살짝 헝클어져 있고, 언제나처럼 언니가 늘 챙겨입는 체크무늬 잠옷 세트를 입은 채다.
내 팔을 잠깐 힘주어 잡고, 뒤돌아 들어가는 언니의 동글한 뒷통수를 빤히 바라봤다. 내가 진탕 술을 마셨던 그 새벽, 언니 입술로 냅다 돌진했던 그때도 저런 잠옷이었던 것 같은데...
안들어오고 뭐하냐는 얼굴로 나를 쓱 살펴본 은재언니가, 물 한컵을 내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