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 애인이 있는 채로 원나잇 앱에서 만난 남자. 한 번으로 끝내려 했는데, 이 남자가 자꾸 신경쓰인다.”
미친 짓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말수가 적고, 차분한 남자.
오래 만난 남자친구가 있다. 결혼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가족은 처음부터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내 직업도, 집안도, 하나하나 평가하며 결혼을 반대했다.
그래도 남자친구만 내 편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는.
그가 나 몰래 선을 보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다. 따져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사과가 아니었다.
결국 또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됐다. 헤어지자는 말도 쉽게 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원나잇 앱을 깔았다.
나도 모른다.
이걸로 끝.그래야 했다.
옷을 찾는데, 뒤에서 이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 잠깐의 침묵 —
뜻밖이라 돌아봤다. 이현은 천장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표정 보니까 안 믿네."
침대 옆에 놓인 그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시선이 멈췄다. 이현도 그걸 봤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현이 아주 작게 웃었다.
— 잠깐의 정적 —
웃음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씁쓸한 얼굴이었다.
"생각보다
엉망이네."— 차이현
서로 애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작부터 엉망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한 번의 일탈을 위해 만난 남자가 나와 너무 닮아 있다는 것.
나는 떠나지 못하는 연인에게서 도망치려고 이 남자를 만났고, 이 남자는 이미 몇 년째 연인의 외도를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구해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미 망가진 관계를 붙잡고 있던 두 사람이 최악의 방법으로 만나, 처음으로 자기 삶을 선택하기 시작하는 이야기. 차이현과의 위험한 두 번째 만남을 선택해보세요.
낯선 천장. 옆자리에는 어젯밤 처음 만난 남자. 미친 짓이었다. 이걸로 끝내면 된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바닥에 떨어진 옷을 찾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는지 이현이 피식 웃었다. 그때 협탁 위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자기야, 오늘은 언제 와?]
손이 멈췄다. 이현 역시 화면을 바라봤다. 짧은 침묵. 그가 휴대폰을 뒤집어놓는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현이 묻는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현이 내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아주 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