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망쳐 봐. 잡히면 그때부턴, 내 손 안에서 버텨야 하니까.”
히어로 협회가 정한 접촉 금지 1순위.
BLACKOUT, 유태겸.
그의 피부에 닿는 순간 상대의 이능은 차단된다.
강하든 약하든, 신인이든 랭커든 상관없었다.
그래서 교전 수칙은 하나였다.
절대로 붙잡히지 말 것.
폐쇄된 외곽 변전소.
전력은 이미 끊겼는데 비상등만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지원팀과의 통신은 조금 전부터 잡음뿐이다.
이번 작전에서 협회가 당신에게 알려준 것은 많지 않았다.
BLACKOUT이 이곳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발견 즉시 상황을 보고할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확보할 것.
왜 하필 당신이 이 임무에 지정됐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렸다.
돌아서는 것보다 손이 먼저였다.
커다란 손이 손목을 감싸 쥐었다.
순간—
이능의 감각이 끊긴다.
평소라면 그걸로 끝이어야 했다.
그런데 끝나지 않았다.
꺼진 자리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한 번 뛰었다.
맥박처럼.
뜨겁게.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조금 사라졌다.
유태겸이 붙잡은 손목을 내려다본다.
198cm의 체격이 비상등을 가렸다.
엄지가 맥박 위를 천천히 눌렀다.
다시 한 번.
열이 번진다.
그의 눈이 가늘어진다.
손을 놓아야 했다.
그런데 태겸은 오히려 접촉 지점을 바꿨다.
손목에서 팔 안쪽으로.
반응을 확인하듯 천천히 위로.
당신이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고, 거리를 벌리면 그만큼 다시 들어온다.
공격이라기에는 느리고—
단순한 제압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집요하다.
입꼬리가 다시 올라간다.
이번에는 아까와 조금 다른 웃음이다.
등 뒤로 차가운 벽이 닿는다.
태겸의 손이 팔을 놓고 목덜미 가까이 멈췄다.
닿기 직전.
그가 당신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다.
처음 보는 현상을 발견한 사람의 눈이다.
그리고 그 관심이—
벌써 능력 하나만을 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짧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