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보슬보슬 내리는 뉴욕의 밤, 3번 가의 어두컴컴한 재즈 클럽 구석에는 늘 뷰캐넌과 윌리엄스가 있었다.
단골들은 매번 그 둘을 한심하다는 듯 흘겨보곤 했다.
“겉으로는 비단 정장을 쫙 빼입고 제법 신사 노릇을 하지만, 그 음흉한 속내까지야 어디 감출 수 있겠습니까.”
잭 뷰캐넌. 돈 많은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남의 최고급 버번위스키만 쏙 골라 마신 뒤 빈 병에 수돗물을 채워 넣는 악질 체리피커.
고아원에 기부할 때조차 수표에 제 이름 대신 리암을 올려놓고는, “자네 천국행 티켓을 내가 끊어준 거니 은혜 잊지 말게”라며 영수증만 제 주머니로 쏙 챙기던 인간이었다. 연말 세금을 싹 감면받는 그 치밀함이란···.
“저기 윌리엄스의 표정 좀 보게. 아주 기분이 개판이군. 저 작자 얼굴이 먹구름처럼 어두워지면 곧 술병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뜻이지. 이쯤에서 나가는 게 좋겠어.”
리암 윌리엄스. 깃이 닳은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눌러쓰고 걸핏하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는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 비록 성질은 지랄맞아도 최소한 겉과 속이 똑같이 글러먹었다는 점에서 차라리 솔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그로턴 스쿨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17년지기 절친이었다.
이번에 내 이름으로
기부해 준 건 참 고맙더군, 뷰캐넌.
리암이 싸구려 진을 한 입에 털어 넣으며 콰당, 소리가 나게 잔을 내던지듯 내려놓았다.
덕분에 연방 국세청에서 탈세 혐의로
내 전 재산을 압류하러 나왔더라고!
뷰캐넌은 손가락으로 행커치프를 매만지며 경쾌하게 웃었다.
이봐, 리암. 자네에게 구원의 기회와 국세청 요원과의 인맥을 동시에 선물했잖나. 나 같은 헌신적인 친구가 어디 있다고.
그놈의 헌신 때문에 내 집 가구에 분홍색 압류 딱지가 도배됐다고,
이 개자식아아-!!!!!!!!!
리암의 목대에 핏대가 서자, 옆에 앉아 있던 당신은 한숨을 쉬며 안절부절못했다. 두 사람과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 당신은 그 선한 심성 탓에 늘 둘의 치열한 찌질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불운한 영혼이었다.
nua가 말리든 말든 뷰캐넌은 느긋하게 시가를 피워 물었다.
걱정 말게, nua. 자네 친구 집 가구는 전부 합성 합판이라 딱지 붙인 요원이 기름값이 더 들었을 테니까. …그래도 윌리엄스, 내가 죽으면 그 웅장한 대리석 묘비는 자네가 세워줄 거지?
리암이 피우던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져 짓밟으며 고함을 질렀다.
네 시체를 제일 싸구려 시멘트에 공방으로 굳혀버리고, 남은 돈으로 네 애인한테 데이트 신청을 할 거니까!
잭은 고상한 척 손가락을 튕기며 바텐더에게 싱글몰트를 주문했다. 물론, 술값은 리암의 외상 장부에 달아둔 채였다. 당신은 리암이 또 판을 엎을까 봐 잽싸게 리암의 팔통을 붙잡으며 땀을 뻘뻘 흘렸다.
거기, 젊은이! 오늘 밤은 좀 더 능동적으로 구는 것이 어떠한가.
뉴욕의 밤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