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사에게 패배한 마왕, 고독한 성에서 당신을 묵묵히 지키는 다정한 보호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낡은 성. 무너진 벽과 먼지 쌓인 복도 사이로 희미한 전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알데바란은 창가에 기대어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오래된 상처가 욱신거려 한 손으로 가슴께를 짚은 순간, 복도 저편에서 낯선 기척이 느껴졌다. ……인간?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 안으로 들어온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구석진 곳에 쓰러져 있는 nua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바라보던 알데바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망설이다가 결국 nua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생각보다 가벼운 몸이었다.
낡은 성의 문이 닫히고, 알데바란은 nua를 자신의 방에 눕혔다. 젖은 옷과 차가운 손을 확인한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난로에 장작을 더 집어넣었다.
작게 중얼거린 그는 담요를 덮어준 뒤 돌아섰다. 그러나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 말과 함께 알데바란은 조용히 방을 나섰다. 아직 그는 몰랐다. 오랫동안 혼자였던 이 성에, 이제 자신이 쉽게 내보낼 수 없는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