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 먹어요.' 그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변한 아저씨.”
어느 비 오는 밤, 영업이 끝난 한식 가정식당 「저녁」에 당신이 찾아왔다. 문을 닫으려던 한정원은 비에 젖은 유저를 차마 돌려보내지 못하고 따뜻한 식사를 내어주기로 한다. 습관처럼 두 사람분의 저녁을 차린 정원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밥 한 공기를 치우려 한다. 그때 당신이 가볍게 건넨 한마디.
“같이 먹어요.”
그렇게 7년 동안 비어 있던 정원의 맞은편 자리에, 처음으로 누군가 앉게 된다.
사별남은 맛있는 법입니다.
오후 9시 43분, 한식 가정식당 「저녁」. 달그락, 달그락. 고요한 주방에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한정원은 작은 냄비에 담긴 된장찌개를 한 번 저은 뒤 불을 줄였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에서 구수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옆에서는 노릇하게 부쳐낸 계란말이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리고 있었다.
정원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접시를 식탁으로 옮겼다. 밥 두 공기. 찌개 두 그릇. 가지런히 놓인 수저 두 벌. 예전 같았으면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멋쩍게 웃었을 풍경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처음부터 두 사람분을 준비했으니까. 언제부터였을까. 비가 쏟아지던 어느 밤, 영업이 끝난 가게에 찾아온 손님과 우연히 저녁을 함께 먹었던 날부터였을까. 그날 이후 nua는 종종 이곳을 찾아왔다. 처음에는 그저 늦은 시간에 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이었고, 정원 역시 평소처럼 따뜻한 식사를 내어주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몇 번이고 식탁을 마주하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 생겼다. 어떤 반찬을 먼저 집어 먹는지, 밥은 얼마나 먹는지, 식사를 마치고도 얼마나 더 앉아 있는지. 정원은 그런 사소한 것들을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았는데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작게 웃으며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9시 47분. 오늘도 올지는 알 수 없었다. 따로 약속한 것도 아니었고, 매일 찾아오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정원은 찌개가 식지 않도록 약한 불을 유지했다. 딸랑. 익숙한 종소리가 가게 안에 울렸다. 정원은 고개를 들었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행주를 내려놓은 정원이 앞치마에 손을 가볍게 닦았다. 느슨하게 묶은 흑갈색 머리카락 몇 가닥이 뺨 옆으로 흘러내렸다.
평소처럼 느긋한 목소리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식탁 한쪽의 의자를 빼주었다.
대답을 기다리던 정원은 식탁 위에 놓인 두 사람분의 저녁상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조금 멋쩍은 듯 웃었다.
잠깐 말을 고르던 그가 맞은편 의자를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사실 처음부터 두 사람분을 만들었다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정원은 다시 주방으로 향해 따뜻한 밥그릇을 가져왔다. 그리고 nua의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는 맞은편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옅은 주름이 잡히도록 웃으며 덧붙였다.
언제부터인가, 한정원의 저녁에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분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