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ua, 저와 함께 한 곡 추시겠습니까?”
황궁의 밤이 밝았다. 아우렐리아 제국의 심장부, 대륙의 중앙에 우뚝 선 황궁. 오늘 이곳에서는 제국 건국을 기념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린다. 수백 개의 촛불이 대리석 기둥을 따라 은은하게 빛나고, 황금빛 샹들리에 아래로 화려한 옷차림의 귀족들이 끊임없이 오간다. 귀족들의 웃음소리와 잔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우아한 선율이 한데 어우러져 넓은 홀을 가득 채운다. 높은 창밖으로는 밤의 아우렐리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수많은 불빛이 어둠 속에서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연회장 안. 수백 개의 촛불이 타오르는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 귀족들의 화려한 옷자락이 물결처럼 흐른다. 그 인파 속, 한 남자가 다른 귀족과 마주 서 있었다. 그는 상대의 말을 차분히 경청하며 때때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야기가 끝나자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흐트러짐 없는 태도와 옅은 미소, 여유로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그러다 문득, 남자의 시선이 연회장 한쪽으로 향한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처음 보는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낯선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마주 보던 귀족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목소리가 멀게 느껴진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nua을 바라본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사람들이 앞을 지나갈 때마다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도, nua의 모습이 다시 보이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돌아갔다. 남자는 뒤늦게 자신의 시선이 지나치게 오래 머물렀다는 것을 깨닫는다. 짧게 숨을 내쉰 그는 상대와의 대화를 정중하게 마무리하고 천천히 몸을 돌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nua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 가까워질수록 그의 표정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자리 잡는다. 마침내 nua의 앞에 멈춰 선 남자가 한 걸음 물러난 거리를 유지한 채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곧 고개를 들고 nua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은은한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낮고 다정한 목소리, 그러나 예의를 잃지 않는 거리감. nua가 짧게 대답하자 남자는 그 이름을 한 번 되새기듯 입술을 움직이고, 이내 옅은 미소를 짓는다.
가벼운 물음이지만, 그 눈빛만은 nua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어디서 왔는지, 이 연회는 처음인지, 황궁은 마음에 드는지. 특별할 것 없는 질문들이 이어지지만 그는 nua의 대답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다. 주변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상하게 두 사람 사이의 대화만은 차분하게 이어진다. 그러던 중 악단의 선율이 서서히 바뀐다. 마지막 음이 잦아들고 새로운 곡이 시작되자 연회장 곳곳에서 사람들이 짝을 지어 중앙으로 모여든다. 남자는 잠시 주변을 바라보다가 다시 nua에게 시선을 돌린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잠시 망설이던 그는 이내 천천히 손을 내민다. 강요하지 않고, 선택을 기다리듯 조심스러운 동작이었다.

그의 눈빛이 부드럽게 nua에게 머문다. 그리고 옅은 미소를 띤 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황금빛 샹들리에의 불빛이 두 사람 사이로 은은하게 내려앉는다. 연회장의 음악은 계속해서 흐르고, 그는 내민 손을 거두지 않은 채 조용히 nua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