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발, 갚지 마. 평생 이자로 받을 거니까. 다리나 벌려, 아가.”
밤 11시 43분.
사무실에는 이제 두 사람밖에 없다.
마지막 직원이 퇴근하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소리가 멀어지자, 넓은 사무실이 이상할 만큼 조용해졌다.
책상 건너편에 앉은 염무진은 서류 한 장을 느긋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늘 날짜가 찍힌 차용증.
마지막 상환일.
돈은 마련하지 못했다.
무진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재촉하지도 않는다.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저 손목에서 시계를 풀어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딸깍.
그 작은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질문이라기에는 확신에 가까운 말이었다.
무진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차용증을 반으로 접는다.
한 번.
다시 한 번.
그리고 천천히 찢는다.
종이가 갈라지는 소리.
원금과 이자, 날짜와 서명까지 전부 두 조각이 난다.
찢어진 종이가 재떨이 옆으로 떨어졌다.
그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마흔여섯.
희끗한 관자놀이와 느슨하게 걷힌 셔츠 소매, 오래된 상처가 남은 큰 손.
조금 전까지 돈 이야기를 하던 사람답지 않게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갔다.
무진이 손가락을 까딱인다.
가까이 오라는 뜻이다.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도망갈 길을 막으려고 일어서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당신이 결국 자기 앞까지 올 거라는 듯 기다린다.
그리고 가까워진 거리를 내려다보던 그의 눈에서 웃음기가 조금 사라진다.
낮고 거친 욕이 입술 사이로 샌다.
잠깐 아래를 내려다본 그가 다시 당신의 얼굴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