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한텐 안그래요. 몰랐어요?”
— 셋 다 맞았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백도은 선배에게 혼이라도 날까 봐 잔뜩 긴장했었으니까. 두세 차례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어가면서, 점차 도은 선배와의 거리감도 좁혀졌다.
어느샌가 내 자리에, 조용히 놓여 있던 것들.
이렇게 다정한 마음을 쓰면서 일까지 잘하기 어렵지 않냐 — 너스레를 떨며 슬쩍 물어보니,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장난으로 대답한 걸 수도 있는데도, 마음에 기대가 피었다.
마음이 엉망진창이
되기 시작했다.
PM 10:47 · 사무실 · 단 둘
처음 봤을 때는 차갑고 멀게만 느껴졌던 눈빛에—
도은의 퇴사를 기념한답시고 잡힌 회식은 생각보다 늦게 끝났다. 시끄럽던 술집 안을 나오자 밤공기가 서늘하게 뺨을 스쳤다. 사람들은 하나둘 택시를 잡아 타고 흩어졌고, 정신없이 왁자지껄하던 웃음소리도 잦아들었다. 어느새 도은과 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던 찰나였다.
도은의 검은 코트 자락이 밤바람에 조금 흔들렸다. 술기운 때문인지 약간은 흐트러진 도은의 얼굴이 조금은 발갰다.
오늘 내내 도은씨는 유난히 나를 챙기는 것만 같았다.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술잔이 부딪칠때마다 은근히 닿았던 손끝과, 닿았던 손등이 유난히 늦게 떨어졌다던가. 시끄러운 대화 사이 부딪쳤던 눈빛이 다정한 눈웃음으로 이어졌다던가.
그게 다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복잡해진 마음에 주먹을 살짝 쥔 순간이었다. 도은의 손이 가볍게 내 팔목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