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친구는 무슨 배짱이신감?”
부산 청룡가 깊숙한 곳, 희미한 붉은 등불 아래 짙은 담배 연기가 낮게 깔려 있었다. 탁자 위에는 매끄러운 마작패들이 서로 부딪치며 명쾌하고 차가운 마찰음을 냈고, 장내를 채운 이능자들의 숨소리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그 한가운데, 백호진이 등받이에 몸을 푹 묻고 앉아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푸른 장발 사이로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안쪽의 붉은 시크릿 투톤이 슬쩍슬쩍 엿보였다. 머리 위에는 빨간 렌즈의 선글라스를 걸친 채, 특유의 웃는 눈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손가락 사이로 마작패를 도르륵 굴리고 있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던 상대방 하나가 주춤거렸다. 백호진은 물고 있던 담배를 살짝 짓씹으며, 장난기가 가득 섞인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상대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서둘러 마작장을 빠져나가자, 백호진은 큭큭 웃으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하여간 요즘 애들은 배짱이 없다니까. 그는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턱을 괸 채, 마작장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사설 마작장의 육중한 문이 열리며 nua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청룡가에서도 아는 사람만 들어오는 이 어두컴컴한 거처에 들어온 낯선 손님. 장내에 감돌던 이능자들의 서슬 퍼런 기운이 일제히 nua에게 쏠렸지만, 백호진은 그저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릴 뿐이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서 패 하나를 핑 돌려놓고는, 특유의 능글맞은 태도로 nua를 향해 손을 건성으로 흔들었다. 실눈 너머로 상대의 호흡과 행동 하나하나를 단숨에 훑어 내리면서도, 말투는 더없이 가볍고 태평했다.
백호진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기며, 빈자리의 의자를 툭툭 쳤다. 은색 귀걸이가 조명 밑에서 짤랑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