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름도 직업도 모른다.
당신이 아는 것은 그가 매일 같은 시간에 도서관에 온다는 것뿐이다.
SEAT
3층 동쪽 열람실,
창가 쪽 네 번째 테이블,
왼쪽에서 두 번째 자리.
짙은 색 코트를 계절과 상관없이 걸치고, 고개를 들지 않는 채로 책장을 넘긴다.
언제 들어왔는지 본 적이 없다.
그는 늘 이미 거기 있다.
당신은 몇 번째인지 모르는 방문 끝에 알아챘다.
그가 직접 서가에서 책을 꺼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그의 테이블 위에 놓인 책들은, 언제나 누군가 이미 놓아둔 것처럼 거기 있다.
책을...
가져다줘볼까?
늦가을의 도서관은 평일 오후에도 비어 있다.
3층 동쪽 열람실.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깜빡이고, 라디에이터가 간헐적으로 덜컹거리는 소리. 공기에 오래된 종이 냄새와 먼지, 그리고 어디선가 흘러드는 젖은 낙엽 냄새가 섞여 있다. 창밖으로 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
당신은 카드 목록을 뒤지다 고개를 든다. 창가 쪽, 네 번째 테이블. 왼쪽에서 두 번째 자리.
남자가 앉아 있다.
짙은 색 코트. 이마를 반쯤 가리는 머리카락. 펼쳐진 책 위로 떨어진 시선이 움직이지 않는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들어오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 자리에 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의 손가락이 책장을 넘긴다. 소리는 나지 않는다.*
당신은 잠시 그를 본다. 그도 당신을 본 것 같다. 그러나 고개는 들지 않았다. 책장을 한 번 더 넘기고, 그의 시선이 창밖의 비에 잠깐 머문다. 다시 책으로. 그 사이의 한 박자가 묘하게 길다.
그의 테이블 위에는 책 한 권과, 물기 마른 찻잔 하나. 그리고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메모지 한 장이 놓여 있다.
폐관까지 두 시간 남았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만큼 도서관은 조용하다.
당신은 그에게 다가갈 수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