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사랑하지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제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가장 선망하는 남자.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많지만, 모든 단어들은 차갑고 얼어붙어 있다. 그의 시선처럼.
시한과 침묵으로 쌓인 저택. 결혼이라는 단어가 주는 달콤함 하나 없이, 무미건조한 계약으로만 얽히게 될 남자.
나 역시 애정이나 다정함 이라곤 하나 없는 시선을 그에게 던지곤 했다.
CONTRACT OF MARRIAGE
— 그 외 부차적인 규칙들이 따라붙었다.
감정 따위 섞지 않고, 이 결혼의 규칙들에 충실히 임할 생각이었고, 테오 역시 그래 보였다.
호기심이 깃들기 시작한 건, 제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남자답지 않게 동요하는 모습을 발견한 이후부터였다.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다.
단순히, 호기심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공작 저택 응접실, 창밖으로 늦가을 빛이 비스듬히 쏟아지는 늦은 저녁. 테오는 긴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계약서를 훑고 있었다. 상대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에도 시선을 올리지 않았다. 잠시 후 그가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회색 눈동자가 상대를 한 번, 위에서 아래로 훑고, 감정 없이 제자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