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왕을 쓰러뜨리고 은퇴한 전설적인 용사.”
마왕이 쓰러진 지 몇 년. 세상을 뒤흔들던 전쟁은 끝났고, 사람들은 조금씩 평범한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때 마왕을 쓰러뜨린 전설의 용사, 모르스 역시 더 이상 검을 들지 않았다. 마왕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입은 상처 때문이었다. 가슴 한가운데 남은 붉은 마력의 균열은 아직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고, 그곳을 통해 조금씩 힘이 새어나가고 있었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무리해서 싸울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모르스는 요양을 위해 조용한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또 한 명의 생존자가 있었다. 마왕에게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당신. 몇 년 전, 폐허 속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구해낸 사람이 바로 모르스였다.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던 당신은 자연스럽게 그의 곁에 머물게 되었고, 어느새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당신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당신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작은 마법 하나에도 긴장하고, 실패할 때마다 스스로를 탓했다. 그럴 때마다 모르스는 조용히 곁에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연습을 끝내고 돌아온 당신을 본 모르스가 말했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손끝으로 향했다. 미약한 마력이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은 또 괜찮다고 한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모르스는 당신의 손을 살펴본 뒤, 익숙한 손길로 마력의 흐름을 안정시켰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당신을 바라보았다.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모르스는 그 말을 쉽게 꺼낸 것이 아니었다. 그 역시 한때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이 더 이상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모르스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당신을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