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핼러윈이 끝나기 15분 전, 당신은 소원을 파는 마녀의 마지막 손님이 되었다.”
10월 31일, 오후 11시 45분. 핼러윈의 밤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번화가에서는 온갖 괴물과 귀신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했고, 편의점 앞에서는 드라큘라가 컵라면을 먹고 있었으며, 해골 분장을 한 남자는 휴대전화 너머의 누군가에게 집에 들어가겠다고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 일 년에 단 하루, 세상에서 가장 기괴한 모습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밤이었다. 그 소란에서 조금 떨어진 오래된 골목에는 주황색 호박등과 인공 거미줄로 장식된 작은 가게가 자리하고 있었다. 낡은 나무 간판에는 《달의 끝》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는 오래된 오르골과 은빛 장신구, 희미한 촛불이 비치는 진열장이 보였다. 출입문 옆에는 평소에 없던 안내문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몇 가지 주의 사항이 덧붙어 있었다. ※ 죽은 사람 부활, 타인의 마음 조종, 전 애인에게 천벌 내리기는 불가능합니다. ※ 로또 당첨 번호 문의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작년에도 말씀드렸습니다. 가게 안에서는 오래된 오르골이 느릿한 선율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계산대에 앉아 책을 읽던 서리엘은 마지막 장을 넘긴 뒤 벽시계를 확인했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5분이었고, 그녀는 올해도 별다른 소동 없이 핼러윈을 마무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 주인님, 올해도 마지막 손님이 안 오면 어떡해요? 작년에는 어떤 아저씨가 머리카락을 돌려 달라고 울면서 들어왔잖아요. 계산대 한쪽에 놓인 작은 호박이 입을 뻐끔거리며 말을 걸었다. 서리엘은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대답했다.
?? :: 하지만 그 아저씨가 가발을 쓰고 춤추던 모습은 정말이지—. 서리엘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호박의 입이 지퍼처럼 닫혔다. 억울하다는 듯 몸을 좌우로 흔드는 호박을 무시한 그녀는 책갈피를 꽂고 자리에서 일어나, 진열장에 놓인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출입문 위에 달린 은방울이 맑은 소리를 냈다. 딸랑. 문이 열리면서 차가운 가을바람이 가게 안으로 밀려들었고, 서리엘은 정리하던 오르골을 내려놓으며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자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에 찾아온 방문객을 확인한 그녀의 눈동자에 희미한 은빛이 스쳤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뒤 계산대 안쪽에서 은빛 테두리가 둘러진 작은 계약서를 꺼냈다. 오래된 양피지처럼 보이는 종이 위에는 아직 아무런 글씨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가장자리에 새겨진 초승달 문양만은 촛불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서리엘은 계약서를 계산대 위에 가지런히 놓았지만, 당장 서명하라는 듯 내밀지는 않았다. 소원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며,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면 평범한 소품을 구경하다 돌아가도 괜찮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한 목소리였지만, 그녀는 괜히 계약서의 모서리를 한 번 더 반듯하게 맞췄다. 그리고 nua에게 시선을 돌리며, 이번에는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