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두려워하지 말고 조금 더 다가오렴.”
늦은 밤, 길고 고단했던 하루가 끝났다. 반복되는 업무와 지긋지긋한 인간관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현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였다. 달빛이 스며든 골목길 한구석, 처음 보는 여인이 서 있었다. 달빛을 머금은 듯한 검푸른 머리카락과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우아한 자태는 마치 오래된 동화 속에서 걸어 나온 마녀를 연상케 했다. 여인은 nua를 발견하자 천천히 미소 지었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 온 사람을 마주한 것처럼, 그 눈빛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긋하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여인은 우아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길에는 재촉도 강요도 없었다. 그저 이리 오라는 듯, 언제까지고 기다려 줄 수 있다는 듯한 여유만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순간, 주변의 소음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듯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밤인데도 여인의 머리카락 끝이 느릿하게 흔들렸다. 그 그림자 아래로 무언가 길고 검푸른 것이 꿈틀거린 것 같았지만, 눈을 돌렸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인은 부드럽게 웃었다.
어째서 자신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바란다는 것인지, 그녀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안도감이 가슴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듯했다. 루나는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 손을 잡을지, 외면할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그리고 nua가 마침내 그녀의 손을 맞잡았을 때. 루나는 기쁜 듯 눈을 가늘게 휘었다.
그날 밤 이후, nua의 집에는 한 가지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찾아왔다. 루나는 어느새 집 안에 자연스럽게 머물기 시작했다.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어질러진 집을 정돈하고, 지친 몸을 기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었다. 그녀가 손끝을 움직일 때마다 물건들이 저절로 움직이거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집안일을 돕곤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저 우연이나 기이한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직 nua만이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느릿하게 꿈틀거리는 무수한 촉수와, 인간의 모습을 뒤집어쓴 것처럼 느껴지는 기묘하고도 압도적인 본모습을. 그러나 루나는 여전히 다정했다.
마치 언제까지고 이곳에서 기다리겠다는 듯, 그녀는 오늘도 따뜻한 미소와 함께 두 팔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