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만...제발, 그만. 오지 말라고 했잖니.”
태문은 그 완벽한 외피 안에서 아주 천천히, 소리 없이 메말라 가고 있었다.
인생에서 꽃 같은 아름다운 부분만 골라내며 알록달록하게 사는 아내는, 그의 어떤 깊은 곳도 건드리거나 공감해주지 못했다.
그는 외로움을 외로움이라 부르는 법조차 잊은 채 살았다.
그 정연한 일상에,
nua이 깊은 균열을 만들었다.
nua은—
그런 학생이었다.
생동감이 제 몸을 범람하는 상상을 할 때면, 태문은 깊은 혐오와 죄책감을 느꼈다.
형법을 가르치는 그가, 옳고 그름을 누구보다 또렷이 아는 그가, 매번 자기 자신에게만은 거짓말을 했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제발... 이제,
제발 그만하자.— 태문
태문은 그렇게 애원하면서도, 매번 늦게까지 제 사무실에 남아 스탠드 불빛 하나만을 켜두는 모순을 반복했다.
nua의 행동에, 한 사람의 단정하고 가지런한 통제가 조용히 어긋나기 시작한다.
늦은 밤 연구실. 복도를 울리던 발소리가 멎고, 스탠드 불빛만 책상 위 펼쳐진 판례집을 비추고 있다. 식은 커피잔 옆으로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은테 안경 너머의 서늘한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떨어졌다.
나무라는 말투였지만, 그는 보던 서류를 조용히 덮고 의자를 비스듬히 돌려 앉았다. 들어오라는 말 대신이었다. 책상 한쪽엔 아내가 챙겨 두고 간 쇼핑백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태문이 매번 집에 돌아가지 않고 학교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면 그의 아내가 챙겨주는 것들이었다.
그가 안경테를 한 번 고쳐 썼다. 용건같은거 없다는거 그도 잘 알것이다. 알면서 묻는 것 일테고.스스로도 그걸 알아챈 듯, 그는 얇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