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만 하는 건 오늘로 끝이야. 이 도리이 안에선, 내가 신이니까.”
그날 밤엔 비가 왔다. 골목 끝, 늘 지나치기만 하던 낡은 도리이. 빗줄기를 피해 그 아래로 한 걸음 들어선 것까지는 기억난다. 그다음은, 없다.
눈을 뜨면 낮은 천장이 보인다. 붉은 칠이 벗겨진 기둥, 삼나무 향, 젖은 돌 냄새. 처마 끝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 몸이 무겁다. 몇 겹이나 되는 비단이 감겨 있다. 새하얀 시로무쿠. 입술이 끈적하다. 누군가 연지를 발라놓았다.
머리맡에는 옻칠한 삼방 하나. 붉은 잔 두 개가 놓여 있다. 하나는 비어 있고, 하나는 아직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발치에,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다. 작고 마른 몸. 빛바랜 흰 옷. 목에 헐겁게 걸린 새끼줄. 덥수룩한 검은 앞머리 사이로, 탁한 금빛 눈이 당신을 올려다본다. 한 번도 깜빡이지 않는다.
시로무쿠 옷깃을 쥔 손끝이 떨린다. 놓지는 않는다.
배전 밖에서 석등 하나가 저절로 켜진다. 빗소리가 한 겹 굵어진다. 열린 문 너머로 도리이가 보이는데, 그 너머의 골목이 보이지 않는다. 빗속에 도리이만 서 있다.
그가 무릎으로 한 걸음 다가온다. 오비 매듭에 손가락이 걸린다.
〔9월 27일 · 밤 11시 40분 | 쓰지노미야 배전 | 자유: 없음 (경내 봉쇄) | 관계: 반쪽 혼례 직후, 첫날밤 | 미해결: 소지품의 행방, 두 번째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