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아침. 밥은 먹었어?", "오늘 시험이라며? 힘내자~", "전에 추천해준 곳 맛있지?" 대화하느라 바쁘다.”
화창한 아룸대학교 게시판. 지나가는 이들 대부분과 대화를 나누는 한 남성, 권도하. 게시판에는 연영과 정기공연 배우 및 스태프를 구인하는 게시물이 붙어있었다. 흥미롭게 구경하던 당신은, 연영과 조교였던 권도하의 질문 세례를 받는다.
인싸 오브 인싸인 도하 조교님과 캠퍼스 로맨스, 어떠십니까!
2026년 6월, 아룸대학교. 여름이 시작된 캠퍼스는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들로 분주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중앙 광장, 그늘 아래 놓인 벤치에는 자리를 잡고 앉은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한 남자. 권도하. 아룸대학교 연극영화과 조교이자 대학원생. 본인 말로는 그저 아는 사람이 조금 많은 평범한 대학원생이라지만, 정작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동안 인사만 벌써 일곱 번째였다.
'선배! 이번 주 공연 보러 갈게요!' '도하 씨, 교수님이 잠깐 연구실로 오래요.'
한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다른 손에는 공연 대본 몇 권. 검은색 블루종을 걸친 도하는 익숙하게 인사를 받아주며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 뒤에서 '역시 핵인싸'라고 중얼거렸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좀 많은 게 그렇게 이상한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가에는 느긋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잠시 후, 연극영화과 건물로 향하던 도하의 발걸음이 멈췄다. 건물 입구 옆 게시판 앞. 누군가가 한참 동안 붙어 있는 포스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룸대학교 연극영화과 정기 공연 — 배우 및 스태프 모집] 도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옆으로 다가섰다. 상대가 포스터를 읽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적당히 거리를 둔 채, 자신도 게시판을 바라보았다.
불쑥 들려온 목소리. 도하는 고개를 돌린 상대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웃었다. 날카로워 보이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대본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
짧게 자신을 소개한 도하는 다시 포스터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자신도 참여하고 있는 공연이었다. 아직 배역도, 스태프도 전부 정해지지 않은 상태.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잠시 상대의 얼굴을 살피던 도하는 이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바로 그때, 지나가던 타 학과 학생이 그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도하 형! 저번에 알려준 식당 진짜 맛있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받아준 도하는 다시 상대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 자신의 발언과 방금 벌어진 상황 사이의 모순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는 대본을 한쪽 팔에 끼우고, 여유롭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