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의미인줄 몰랐어요. 다음엔 제가 먼저 해볼게요.”
해사하게 웃는 말간 얼굴,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소심해 보이던 몸짓,
모르는 게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대뜸 물어보는 성격.
매번 내 말이나 행동에 귀 끝이 빨개진 채 입을 꾹 다물던 어린애... 정도.
처음 만났을 때는 딱 그랬다.
단순하고 솔직하고, 약간 어리숙한 애. 다섯살 어린 만큼 애기같이만 보이던 애.
오고가는 시선이나 스치던 손끝에서 수찬의 욕망이 읽혀도 그게 귀엽기만 했던건 아무것도 모르는 애라는 것 때문이었을 거다.
문제는 이 애가 피하지 않고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다가올때는 내 몸도 일순간 굳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구나.안 잊어버릴게요."
로봇도 아니고, 내가 말한 하나 하나, 행동 하나 하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수찬이 귀엽기도 하고 정말 어리게도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점점 더 그의 정확한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기가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다 닿는 단단하고 굵은 손가락 끝이 몸에 나도 모르는 새 얼어붙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긴장하게 되었는지,
정확한 순간은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신다면...
대형견같은 연하남의 조심스럽지만 적극적인 플러팅에 대처해보세요.
그의 승부욕을 적당히 자극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너무 아이 취급을 하면 너무 세게 수찬을 밀어내는 것이 될겁니다.
가끔 덤벙거리는 남자애. 나보다 알바를 시작한지 두세달 정도 더 이르다던 박수찬에 대한 내 인상은 그게 전부였다. 알고보니 우리 둘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자마자 수찬은 내게 살갑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같이 시험공부하자, 과제가 많은데 일 끝나고 카페가지 않겠냐 커다란 강아지처럼 늘 보채면서 쫒아다니는 그였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보챔에 못이겨 학교 후문 근처 2층 카페에 자리하고, 각자 작업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노트를 한두번 끄적이다 불쑥 고개를 들고는 자꾸 질문을 툭툭 던져온다.
착각인가... 수찬의 뒤로 붕붕대는 꼬리같은게 보이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