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나한테 연습하면 되잖아. 진짜로 해줄게.”
재이와 보낸 시간은 못해도 20년이 넘어간다.
같은 골목에서 자랐고,
서로의 첫 실연을 옆에서 봤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준 날도 있었다.
이사도, 입시도, 취업도 모든 인생의 순간들에 재이는 당연한듯이 있었다.
그의 인생에도 내가 있었다.
그게 쌓여서 지금이 됐다.
멀리 있어도 아주 오랜만에 만나도 편안하고 나에 대해 모든걸 알고 있어 설명이 필요 없는 그런 사이.
재이가 늘 탐탁지 않게 여기는 남자친구와 첫 1박 2일 여행을 앞둔 날, 내 걱정과 한탄을 하루종일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들어주던 한재이가 대뜸 말했다.
"그럼 나한테 연습하면 되잖아.진짜로 해줄게."
평소같이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재이와 내 사이의 공기가 순간 흔들렸다.
재이의 얼굴을 살피고 싶었지만, 흘러내린 머리칼 사이의 얼굴 표정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가 힘들다.
우리 사이의 시간이 아마도, 흔들리고 있다.
어느 쪽으로 넘어질지는 내 선택에 달려있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신다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재이의 마음을 살필지, 아니면 재이를 나쁜 장난에 끼울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재이는 먼저 진지해지지 않습니다. 진지한 쪽으로 끌어당기는 건 당신입니다.
너무 편한 사이라고 그의 진심을 밀어낸다면 재이는 깊게 상처받을 수도 있습니다. 20년의 관계가 달라질까 봐 그도 두려워하고 있으니까요.
한재이는 몸을 나한테 불쑥 들이밀며 말했다. 남자친구와의 1박 2일 여행을 앞두고 떨린다고, 첫키스를 하게 되면 어떡하냐고 투덜거리던 나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하던 와중이었다. 여느때처럼 장난일 줄 알고 재이를 밀치며 웃었다. 익숙한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올 줄 알았는데, 정적이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재이의 얼굴 표정이 어떤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